기자명 박찬하 기자 입력 2021.06.03 06:28 수정 2021.06.07 10:24

박찬하 편집인의 “제약바이오, 사람이 전부다”
글로벌 무대의 한국인_랜선(LAN線) 인터뷰

 릴레이 기획  글로벌 무대의 한국인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은 ‘K-제약바이오’라는 별칭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까지 왔다. ‘사람’이 제약바이오 발전과 변화의 핵심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가야할 길은 멀고 넘어야 할 벽은 여전히 높다. 사람을 빼면 K-제약바이오의 미래는 없다. 글로벌 무대에 선 한국인들을 주목하는 이유다. 한국 땅을 벗어나 열심히 뛰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그들은 K-제약바이오의 든든한 자산이다.  

<17> 이희민 Health Research International 대표 (미국 메릴랜드)

이희민 Health Research International 대표.
이희민 Health Research International 대표.

질문은 한국어, 답변은 영어로 돌아왔다. 17번째 글로벌 한국인 랜선 인터뷰를 진행하며 겪은 첫 번째 경험이었다. 영문을 통해 전달되는 이희민 대표의 첫 인상은 꼬장꼬장한, 엄격한, 과장하지 않는 등의 수식어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원조’ 글로벌 한국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그의 이력은 기름기 쫙 뺀 상태로 담담히 기술됐다. 영문 번역의 마법이기도 했지만, 행간을 채우는 그의 담백함도 큰 몫을 했다. 천생 연구자, 과학자의 길을 걸어온 이 대표는 인터뷰 말미 ‘개방성’을 강조했다. 제약바이오 기술발전의 핵심 키워드로 꺼낸 그의 진단이었다.

이희민 대표님, 반갑습니다. 보내주신 약력을 보고 조금 놀랐어요. KAPAL(한미생명과학인협회) 선임고문으로 소개받고 막연히 어르신이겠다 정도로만 생각했거든요. 불편한 질문이 있더라도 양해해주시리라 믿고 랜선(LAN線)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그럼요. 어떤 질문도 좋아요. 1941년생이고 충청남도 진잠(현재는 대전시 유성구)에서 태어났어요. 한국 나이로 하면 올해 81세입니다.”

미국에는 언제 가셨어요?

“1968년에 오하이오 주립 의과대학에 유학오면서 부터에요. 1970년, 1973년에 같은 대학에서 약리학으로 석박사를 마쳤어요. 한국에서는 중앙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했는데 59학번입니다.”

제가 태어났던 1973년에 대표님은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하셨네요.^^ 저희 인터뷰 코너명이 ‘글로벌 한국인’인데, 히트뉴스가 ‘원조’ 글로벌 한국인을 인터뷰이로 모신 것 같아요. 미국 유학길이 쉽지 않은 시절이었을텐데…

“맞아요. 그 때는 외국에서 공부할 기회를 잡는게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중앙대 다니는 동안에 대학영자신문인 중앙헤럴드 기자로 일했었는데 그 덕을 좀 봤다고 할까요? 미국의 과학기술 발전이 어느 정도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됐거든요. 이후 ROTC 과정을 밟아 장교로 군생활을 마쳤어요. 그 때 친구들 중 몇몇은 베트남 파병 장교로 갔지만 저는 미국에 가서 약리독성(Pharmacology, Toxicology)을 공부해보자 결심하는 계기가 됐어요.”

대표님을 인터뷰이로 추천한 분은FDA 임상약리학과 오윤석 박사입니다. 오 박사는 KAPAL을 이끌어 가는 9분의 든든한 어벤저스(Avengers) 중 첫 번째로 대표님을 꼽았어요.

“예. 오 박사가 나온 히트뉴스 인터뷰를 봤어요. 오 박사가 회장인 KAPAL 선임고문(senior advisor)을 제가 맡고 있거든요. 오 회장과는 FDA에서 함께 근무했어요. 후배들이 KAPAL 활동으로 한미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열정을 쏟는 모습을 보면, 제가 가진 경험이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관련기사> “아홉 어벤저스가 꾸리는 KAPAL의 긍정 네트워크”

대표님은 학계와 정부기관 등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셨어요.

“그래요. 강심제(cardiac glycosides) 연구로 포스닥을 위스콘신 의과대학에서 하고 오하이오 주립 의과대학으로 다시 돌아와 약리학 조교수로 근무했어요. 그 당시 NIH 산하 심장, 폐, 혈액 연구소(Heart, Lung & Blood Institute)가 주는 젊은 연구자상(NIH Young Investor Award)를 받기도 했어요. 1980년에는 ORU 의과대학으로 자리를 옮겨 부교수가 됐어요.”

FDA에는 언제 들어가셨나요?

“1990년 9월에 들어갔어요. 당시에 제가 발표한 논문이70여편에 정도였거든요. 그래서 1주일 중 하루는 NIH 산하에 있는 국립 당뇨병 소화기 신장질환 연구소(NIDDK)에서 일하게 됐어요.”

FDA에서는 주로 어떤 업무를 담당하셨나요?

“당뇨치료제에 대한 초기 리뷰(review)로 시작했어요. FDA로 들어오는 모든 당뇨치료 후보물질의 전임상 데이터를 리뷰해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하는 것이 핵심 업무였어요. 약리독성, 화학, 통계 등 정말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필요에 따라 회의를 했어요. 약물에 대한 최종 승인 여부는 이런 미팅을 통해 결정나거든요. 천연물의약품 리뷰에도 참여했어요. 한 번은 0.5톤에 달하는 서류를 검토한 적도 있어요. 정확한 평가를 위해 FDA가 꼭 필요하다고 제출을 요구한 자료의 양이에요. 그 만큼 리뷰 과정이 엄격하다는 뜻이에요.”

KAPAL 세미나에서 인사말 중인 이희민 대표. 옆에 사회자는 네오이뮨텍 이병하 박사. 이 박사는 12번째 글로벌 한국인 인터뷰이였다.
KAPAL 세미나에서 인사말 중인 이희민 대표. 옆에 사회자는 네오이뮨텍 이병하 박사. 이 박사는 12번째 글로벌 한국인 인터뷰이였다.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면 고향으로 돌아오는 분들이 종종 계시잖아요. 대표님은 FDA 은퇴 이후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으셨나요?

“사실, 포스닥을 앞둔 1973년 한국 제약산업을 둘러싼 잠재적 역량에 대한 기대를 품고 귀국했던 적이 있어요. 그런데 당시만 해도 산업계의 수준이나 대학의 역량이 연구에 적합한 상황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위스콘신 의대에서 포스닥을 했어요. 한국의 제약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지요. 그래서 한국과 연관성이 있는 연구나 강의에 꾸준히 참여하려고 했어요. 그러다 미국 바텔이 춘천에 비영리연구개발기관 ISS(International Scientific Standard, Inc.)를 설립하면서 FDA 은퇴를 결심하고 한국에 잠깐 들어왔어요.”

ISS 이후 미국으로 다시 건너가 메릴랜드에서Health Research International을 설립하셨어요. 어떤 회사인지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바텔이 ISS를 떠나면서 다시 미국에 왔고 지역사회에서 여러 활동을 했어요. 그러다 CRO인 Health Research International을 설립하게 됐어요.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고객들을 대상으로 의약품 IND, NDA 리뷰 서비스를 하고 있어요. 또 지역의 과학교육과 연구활동 진전을 위해 NIH, FDA 등과 협력하는 일에도 관여하고 있어요.”

대표님이 쌓아 온 평생의 경륜은 제약(의약품) 분야의 발전, 특히 한미 양국간 협력에 기반을 둔 발전에 집중됐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렇게 봐도 되겠지요?

“그렇게 이해해주면 더 없이 감사하지요.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약품 개발과 생산은 국제적인 규제 조화와 협력 없이는 불가능해요. 제가 미국 학계와 FDA, NIH 같은 정부기관 그리고 산업계에서 쌓은 경험이 국제적인, 특히 한국과 미국간 조화와 협력의 불쏘시개가 된다면 더 없이 기쁠 것 같아요. Health Reseach International는 그런 목표를 가지고 만들어졌어요. KAPAL의 멤버들 그리고 ICH, NIH, FDA, KHIDI 등 국제기관들과의 협력에서 해답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KAPAL 멤버들과 함께. 오윤석 회장 등 글로벌 한국인 인터뷰이들도 눈에 띈다.
KAPAL 멤버들과 함께. 오윤석 회장 등 글로벌 한국인 인터뷰이들도 눈에 띈다.

대표님의 목표를 위해서는 건강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아요. 건강은 괜찮으시지요?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나요?

“감사하게도 제 건강은 아주 좋아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기도 하지만 주변의 이웃들이나 교회신도들을 위해 봉사하는 생활을 이어가는 것 역시 건강에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이제 인터뷰 마칠까 합니다. 인생의 대 선배님으로 히트뉴스를 통해 대표님을 만나는 한국의 제약바이오 산업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제약산업의 혁신적 연구성과의 핵심은 개방성에 있다고 봅니다. 한국의 제약산업도 이 점에 귀 기울여야 해요. 미국의 NIH 같은 기관들도 다른 나라의 과학자와 기업들에게 무한히 열려 있어요. 개방성이야 말로 혁신적인 기술 생성을 촉진할 수 있다고 저는 믿어요.”

대표님 익숙하지 않은 랜선 인터뷰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대표님의 경륜이 세상이 더 많이 쓰일 수 있도록 더욱 건강하시기를 히트뉴스 독자들과 함께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9년 KAPAL 행사장. 오른쪽 끝이 이희민 대표. 왼쪽 끝은 오윤석 회장.
2019년 KAPAL 행사장. 오른쪽 끝이 이희민 대표. 왼쪽 끝은 오윤석 회장.

이희민 대표는 누구?

(2011~현재) Health Research International 대표 (2013~현재) 한국 보건산업진흥원 자문위원 (2013~2015년) 미국 Food and Frug Law institute 위원 (2007-2009) International Scientific Standard, Inc. (P. I.) (1990-1999) NIH/NIDDK and NIAAA (Guest Investigator) (1990-2007) FDA/CDER/OND (Preclinical Pharm & Tox) (1980-1990) Oral Robert School of Medicine(Associate Professor) (1976-1980). The Medical College of Ohio (Assistant Professor) (1973~1976년) 위스콘신 메디컬스쿨 (포스닥) (1968~1973년) 오하이오 주립 의과대학 (석/박사) (1964~1966년) 대한민국 육군 소위(ROTC) (1959~1963년)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1941년) 충청남도 진잠읍 출생 

이희민 대표가 추천하는 Next Interviewee?

NIH 산하 국립알코올남용및중독연구소(National Institute on Alcohol Abuse and Alcoholism) 송병준 박사를 히트뉴스에서 보고 싶어요. NIDDK(국립당뇨병, 소화기병 및 신장병연구소) 객원 과학자로 근무할 당시 함께 몇 편의 논문을 쓰기도 했어요. NIH는 물론 미국 내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아주 중요한 과학자 중 한 분입니다.

출처 : 히트뉴스(http://www.hitnews.co.kr)

http://www.hit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415